바비 맥퍼린 내한공연
앨범은 Bang!Zoom과 Beyond words 두 장 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저는 Bobby McFerrin (이하 맥퍼린씨)을 좋아합니다.
특히나 Bang!Zoom은 아주 좋아하는 음반 중의 한 장이죠.
고백하건대 대전에서 공연을 하지 않았다면
맥퍼린씨의 공연을 보러 서울 예술의 전당까지는 가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 연말 KBS방송국 앞에 붙여있는 플래카드를 발견하고
이게 왠일이냐 싶어 얼른 예매를 해두었더랬습니다.
오케스트라석인 무대와 젤 가까운 맨 앞줄 가운데로요.
글쎄요.
바비 맥퍼린하면 요요마와 함께 연주한 Hush little baby나
Don't worry, be happy가 제일 많이 알려져있습니다만
제가 저 위에 언급한 두 장의 음반을 들어보면
맥퍼린씨는 더 자유로운(?) 뮤지션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함께 공연하는 분 중에 첼리스트 송영훈씨가 있어서
뭐....Hush 앨범 연주하겠구나 싶어 별 기대도 안했습니다.
송영훈씨(& 친구들)와 고지연씨(가야금)는 게스트였고
주로 맥퍼린씨의 아카펠라를 들려주었습니다.
공연보면서 맥퍼린씨에게서 indescribable freedom 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연 내용을 말로 표현하기는 좀 힘들구요.
재미있었던 점 몇 가지만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송영훈씨와 같이 나와서 Hush Little baby 한 곡만 연주하고 들어가는
베이스 연주자와 클래식 기타연주자를 불러 세워서
각각 앵콜연주를 해주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베이스 연주자의 연주에 맞춰서는 Blue Monk를 불렀고
기타 연주자의 cavatina는 열심히 경청을 해주더군요.
송영훈씨와는 클래식 곡을 몇 곡 연주했습니다.
송영훈씨는 2000년 경 금호현악사중주단 공연에서 받은 인상이 너무 좋아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었는데, 요즘은 탱고 앨범도 내시고
클래식보다는 크로스오버 쪽에 관심을 표명하는 것 같더군요.
꼬마 때부터 클래식에 너무 길들여진 탓인지
이런 무대가 약간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첼로 연주 솜씨는 참 훌륭했습니다.
공연 중반부에 맥퍼린씨는 댄스를 할 사람들 자원받았습니다.
맥퍼린씨가 노래를 부르고 자원자가 자유롭게 댄쓰를 하는 자리였죠.
두 명의 젊은 청년이 나와서 각각 자유롭게 춤을 췄습니다.
둘 다 춤도 잘 췄고 재밌고 유쾌한 퍼포먼스였습니다.
그 다음 맥퍼린씨가 무대에 걸터 앉더니
관객에게 마이크를 돌리며 함께 노래부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ㅋㅋㅋ.
저도 마이크 잡고 맥퍼린씨와 눈 마주치며 잠깐 노래했더랬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평소에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거 무진장 싫어하는데,
언제 맥퍼린씨랑 sing together하겠냐 싶어 용기를 좀 냈습니다.
맥퍼린씨와 저와의 거리가 50cm도 안 될 정도로 같이 얼굴 맞대고
잠시 아카펠라를 하는 추억을 남긴 것만으로도
짧은 공연시간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된 거죠.
다음 게스트인 고지연씨.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야금을 들고 나와
진도 아리랑과 멋진 가야금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연주하다가 가야금 줄이 끊어지고 튕겨나가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나이 어린 아가씨라 그런지 당황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연은 85분간 진행되었습니다.
짧았죠.
앵콜도 인색했구요.
맥퍼린씨는 음악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무진장 예민한 분 같았어요.
다음에 내한공연 오면....글쎄요. 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오늘 공연은 저에겐 맥퍼린씨랑 같이 얼굴 맞대고
아주 잠깐 함께 노래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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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노래 한 두 곡의 가사는 외워둬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즉흥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곡도 한 두 곡 정도 암보해야 할 것 같구요.
* 10년 만에 사운드 오브 뮤직 사장님을 봤습니다.
음반 파는 곳에서 뭐 물어볼려고 안사장님을 불렀는데
저를 보시자마자 오랫만이라고 알아봐주시더라구요.
저는 기억 못 해주실 줄 알았는데, 반갑게 인사하며 '하나도 안 변했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장님도 하나도 안 늙으셨더라구요)
앞으로 공연보러가면 종종 들려서 인사하고 음반도 사야겠습니다.
돈없는 학생일 때 어은동 사운드 오브 뮤직은 자주 갔습니다만
음반은 못 샀었거든요. 구경만 열심히 했는데....
안사장님과 저랑 잠깐 얘기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