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아무리 봉감독 팬이라지만, 팬심보다 귀찮음을 극복하기가 어려웠다.
이리 저리 미루다가 연휴 때 큰 맘먹고 시내나가서 보고 왔다.
휴매니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휴매니티는 밸런스가 잘 유지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
마치 기차의 엔진과 기차바퀴, 특등석, 일등석, 이등석, 입석 등의 기차처럼.
무임 승차나 자신이 가진 승차권에 찍힌 좌석 이외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잘 통제되고 규제되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을 휴매니티라고 말하고 있었다.
물론 극 말미에는 그걸 동화같은 이야기로 바꿔버리지만.
개인적으론 조금 뒤틀리게 꼬아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봉감독 특유의 유머는 간간히 숨겨져 있었으나
내용이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으로는 긴장감이 너무 심했다.
잔인한 장면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보지 못한 부분도 있고.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다른 조용한 싸움을 싸우고 있는 나로서는
오히려 저렇게 치고받고 싸우는게 더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극 말미에선 우리가 너무 한 곳만 응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게 전부인 것 같지만 시선을 돌려보면 또 다른 삶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어쩜 우리가 지금까지 가치있게 생각하던 것만큼이나 가치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난 결론은 영 마음에 안든다. 헐리웃 시각을 고대로 반영한 것 같고.
봉감독이라면 저런 결론을 냈을까? 제작자의 입김이 너무 셌던 것은 아닐까?하고 계속 부정하고 싶어진다.)
연휴 전 한참 머리와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던 일이 있었는데,
내가 그 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소 분산시킬 수 있었다는 측면에선
영화가 고맙게 느껴졌다.
스카이폴 이후로 극장을 처음 간 것 같다.
종종 문화생활을 하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