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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t, Caution
쿠옹
2007. 12. 12. 22:42

Lust, Caution
이안이 그려내는 사랑은 독毒과 같습니다.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에 이어 이 영화 색.계에서도
사랑 때문에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고 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고기를 속이면 3대가 망한다는 사업이념을 가진
한우 고깃집에서의 회식을 마다하고
색.계를 보러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뱃속에 한우고기를 채워넣는 일보다
정신적인 긴장감과 압박감을
머리속에서 내려놓아야 하는 일이 더 절실했습니다.
이안 감독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무삭제 정사씬을 부각하여 광고하는 바람에
마음이 영 언짢았습니다.
물론 장면이 적나라하긴 했습니다만
그게 그닥 야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오히려, 그들의 만남이 사랑으로 발전해가는 단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이 장군은 첫 눈에 왕치아즈에게 반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왕치아즈는 이 장군보다는 유민에 대한 연정 때문에
그 계획을 함께 도모하게 된 것이지
이 장군을 처음부터 사랑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들이 함께 식사하면서부터 왕치아즈는
이 장군도 유민도 함께 마음 속에 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영원하지 않을 사랑 때문에 선택한 길이
결국엔 자기 자신을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보내버리게 되는
한 여자의 일생이 가슴시리게 다가왔습니다.
이안은 여자를 참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그의 섬세한 시선이 참 좋습니다.
영화를 보며 인상 깊었던 네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3년만에 재회한 후 이장군이 코트를 집어던지며 나가자
왕치아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나가는 장면과,
다른 여자를 만날까봐 질투하는 왕치아즈의 모습과,
반지를 낀 손을 보고 싶었다는 이 장군의 대사와,
마지막 이 장군의 눈물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왕치아즈의 미소.
이 미소에서 사랑은 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파국으로 갈 것을 알면서도 빠져들고야 말게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색.계라는 제목보다는
Lust, Caution이라는 영어 제목이 영화를 더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성에 대한 좋은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남녀간의 정사가 꼭 필요한 것일까요?
정사가 남녀 사이에 나눌 수 있는 최고의 교감인 것일까요?
영화를 보면서 이안이 적나라한 정사신을 넣은 것은
그들의 사랑이 깊어가는 과정을 꾸밈없이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본 지 이틀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에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사랑. 여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