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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lueberry nights

쿠옹 2008. 3. 9. 10:48


My blueberry nights를 봤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작품이라서도 아니었고,
노라 존스의 배우 데뷔작이어서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분.
주드 로 때문이었죠.
하지만 영화 내내 이런 털털한 모습으로 나와서
언제나처럼 외모에 감탄하며 영화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사랑, 그것도 애증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감정 중 가장 괴로운 감정이 애증이 아닐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워하면서도 100% 순수하게 미워할 수 없고
미워하는 그 감정이 자신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그런 상태가
애증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영화에서는 애증의 감정을 가진 두 사람과 죽음을 통해
그런 감정이 가지는 헛됨을 말하고 있고,
엘리자베스와 제레미를 통해 지나간 사랑은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사랑을 꿈꿔라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를 보며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의 달콤한 사랑의 시작보다는
저 사랑이 언제쯤 끝날까? 그러고나면 저들은 또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설테고
그들의 사랑은 저들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추억'이라는 명분을 뒤집어쓰고
담배 한 대 피거나 술 한 잔 마실 때 때때로 망령처럼 나타나겠지라는
씁쓸한 생각이 꼬리를 물더군요.

요즈음 제가 사랑이라는 감정의 비영속성에 대해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자고로 사랑이란 나이가 들든 들지 않든 좋아한다는 그 감정 자체,
즉 현재에만 충실해야 그 감정에 빠져들게 되는 것인데
이젠 감정에도 앞뒤 다 재고 따지는 걸 보면 전 더이상 순수하지도 않을 뿐더러
앞으로 사랑이란 걸 할수는 있을까 싶어 약간 두렵기도 했습니다.

주드 로의 눈빛 연기가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약간 긴장한 채 엘리자베스에게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그 표정이요.

끌리는 이성에게 가슴떨리는 감정을 가진다는 건
참 흥미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고,
그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