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_침이 고인다

김애란, 침이 고인다
김애란의 두 번 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
작년과 올해 발표한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처음 김애란을 알게 된 것은 김영하의 홈페이지를 통해서였다.
김영하 작가의 소개로 그녀의 첫 번 째 소설집 '달려라, 아비'를 사서 읽었다.
이제 막 상경하여 도시의 변두리에서 주변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직 어린 스무살 갓 넘은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 본 내용이
고스란이 담겨있었지만 그 문장이 신선했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수 있는 빈곤하고 고단한 변두리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전작 '달려라, 아비'가 도시에 막 상경한
여대생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침이 고인다'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도시의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
20대 후반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여전히 가난하고 궁상맞고 서민적이지만
그게 구질구질하다거나 처량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녀가 구사하는 문장력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아주 오래 전 성석제를 읽으며 느꼈던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녀의 책을 읽고 있자니
그녀는 그녀 자신이 축이 되고
문대생, 여대생, 시골출신, 가난 등등의 단어를
주욱 이어붙인 만큼의 잣대로 원을 그어
그녀 자신과 그 잣대가 그리는 원 안에서
그녀의 세계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20대 후반의 아가씨라서,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않은 것 같아서,
아직 세상의 경험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
그녀가 그리는 세계는 내겐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세월이 더 흘러, 그녀와 내가 같이 늙어갈 때 쯤 되면
그녀의 글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김애란.
그녀의 성장을 오랜동안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