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2010 11 21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몇 년 전 관람한 정명화 리사이틀에 김선욱이 반주자로 함께 했었다. 그 때 어린 학생이 피아노를 잘 쳐서 기억에 남았었는데 피아노 리사이틀을 한다길래 일찌감치 표를 예매해 두었었다.


 공연 당일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현대에서 프로모션 차원에서 초대권을 마구 뿌린 것 같았다. 현대 고객용 라운지가 따로 있었으니. 초대권 많이 뿌린 공연은 왠지 불안한데 불길한 예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베토벤과 슈만의 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김선욱의 월광 2악장 해석은 흥미로웠다. 많은 연주자들이 2악장은 1악장과 대비하여 발랄하게 연주하는 반면 김선욱은 충분히 느리게 자신만의 해석으로 연주했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열정적인 3악장의 연주는 말할 것도 없고.


 관객의 태도는 많이 아쉬웠다. 쉴 새 없이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기침소리, 코 훌쩍이는 소리와 간간히 들려오는 휴대폰 벨소리. 곡의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심하다 싶었다.


 김선욱은 마지막 곡을 우아한 포즈로 마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 한숨의 의미가 궁금했다. 마치 이 곡이 끝나도 박수가 없는 것을 보니 사람들은 곡이 끝난지도 혹은 곡 자체도 모르는 것 아닐까 하는 아쉬움의 표시가 아니었을까도 싶다.


 관객의 매너에 비해 김선욱의 매너는 좋았다. 앵콜곡 이름도 말해주고. 첫 번 째 앵콜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서 나갔다. 너무 부끄러웠다. 연주자에 대한 예의가 이래선 안 된다. 그것도 훌륭한 연주를 해준 연주자에게.


 그래도 남아서 박수친 사람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한 곡 더 앵콜곡을 연주하였다. 힘있고 최선을 다하는 연주였다. 연주 후 무대 앞에 나와서 90도 인사를 하고 김선욱은 퇴장했다. 그 와중에서 사람들은 우르르 일어나서 나가고 있었다.


 예전에 임동민이 협주하러 와서는 연주 후 고개만 까딱하고 인사하고 나가고 열화와 같은 박수에 앵콜도 안하고 퇴장한 것에 비하면 김선욱은 어린 연주자치고는 매우 매너가 좋았다. 관객의 매너가 너무 안 좋아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의 연주는 힘이 있으면서도 매우 우아하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지휘를 공부한다던데 가급적 오래오래 연주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초대권 많이 뿌린 공연은 싫다. 연주자를 대우하지 않는 관객도 싫다.

 건물만 번듯하게 지어놓으면 뭐하나. 멋진 건물만큼 관객의 매너도 멋졌으면 좋겠다.

 

 


Posted by 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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