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산문집
오랫만에 새 책을 내신터라 내심 기대.
여전한 그의 필력에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음.
김영하님의 신작 장편소설 출시 소식을 받고 바로 책을 주문했다.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두께가 너무 얇아 적잖이 실망했었다.
치매를 앓게 되는 전직 연쇄살인범의 이야기.
더듬더듬한 기억을 나타내는 듯한 소설구성은 마음에 들었다.
과연 그의 기억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단숨에 읽었지만 읽고 난 후 계속 섬뜩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개의 주인이 누군지 박주태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직도 아리송하다.
김영하 작가의 오랫만의 신작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연초에 옥수수와 나를 읽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두 작품의 분위기가 다른 듯 하면서도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
사회를 냉담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두 작품의 기반에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이의 성장과정은 흡사 젊은 청년 예수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고
마지막 하늘로 올라가는 제이의 모습에선 거의 확신에 가깝게
작가가 예수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내일 없이 오늘만 살아가는 불량 청소년들의 모습은
흡사 비전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도시의 많은 젊은이들을 떠올리게 했다.
읽고 나서 참 마음이 무거워졌다.
작가의 홈페이지가 얼마 전 리뉴얼을 핑계로 폐쇄된 이후로는
김영하 작가의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나중에 단행본으로 발행되면 읽으려고
매일매일 조선닷컴에 가서 연재소설을 읽는 열의는 보이지 못했었다.
주말에 교보문고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첫 화면에 퀴즈쇼가 신간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연재가 끝난게 언제더라....생각보다 빨리 발간되었네...하며
금요일 저녁에 주문했고, 오늘 오전에 책을 받았다.
책봉투를 받아든 순간, 어라 꽤 묵직하네라는 느낌이 들었고
봉투를 칼로 개봉하고 책을 손에 넣은 순간 장편소설에 알맞는 두툼한 두께가 만족스러웠다.
김영하 장편소설, 퀴즈쇼
글씨도 참 문학적으로 쓰시는 김작가님의 친필.
처음엔 인쇄한 건 줄 알고,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붓펜으로 써서 인쇄한 건지 사인한 건지 뚫어지게 쳐다봐도 잘 모르겠었다.
종이의 뒷면에 살짝 묻어나온 잉크를 보고나서야 친필 사인본인 줄 믿을 수 있었다.
책을 읽기도 전부터 이렇게 감동을 주시니,
이 책은 작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읽는 동안 무릎 꿇고 읽어야 겠다.
그나저나 김영하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자랑질하고 싶은데,
작가의 홈페이지는 언제쯤에나 리뉴얼을 마치고 오픈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