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게된지도 어언 20년.

재즈바를 운영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작가가 되버린 걸로 알고 있었기에

그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말에 관심이 갔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닌 개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조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나 할까.

 

요즘 스스로에 대해 고민이 많아 우울해시던 차에

타인의 비평에 대처하는 하루키씨의 방식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최근작은 비교적 진지하고 무거웠지만

그 이전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유쾌한 단편들은

하루키 씨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이 책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가감없이 드러내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진실성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가 오랫동안 전업작가로서 활동하고

꾸준히 그리고 일관성있는 주제로 작품활동을 해주어서 고맙다.

백세 무병장수 하셔서 오래오래 작품활동을 계속 이어주시기를....

 

+ 번역 내용 중 .비이클.이란 단어는 계속 눈에 거슬렸다.

본문 중 영어 단어를 병기한 몇몇 단어처럼 vehicle이라고 같이 써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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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사서 읽는 이상문학상 수상작

 

올해의 대상은 김숨 작가의 뿌리이야기.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고 간간히 단편소설을 읽긴 했지만

진지하게 정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자선작인 아내의 왼손이 없어진 이야기는

읽는 내내 목을 옭죄는 느낌이라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나라면 아내를 데리고 제일 먼저 정신과부터 가버렸을듯.

처음부터 진을 빼서인지 우수작들은 더 읽을 기력이 없었다.

 

근 몇 년새 가장 힘들게 읽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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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최초로 4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트위터로부터 읽고 호기심에 주문.

 

받고 나니 왜 4쇄를 찍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5쇄까지 발행했다고 한다)

 

김훈, 김연수, 은희경, 성석제, 김영하, 박현욱, 김언수, 천명관, 박민규, 김유진, 손보미 작가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창간 20주년 기념호로 단편소설 라인업이 연말 가요대상 시상식에 총출동한 아이돌 가수 리스트와 필적할만 했다.

 

문예지를 자주 사지는 않지만 가끔씩 가볍게 단편소설을 읽고 싶을 때,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싶을 때 사서 읽는 편인데

이번 겨울호는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아서 즐겁게 읽고 소장할 수 있었다.

 

한 해의 시작을 맛난 과자만 들어있는 종합선물셋트로 시작한 것 같아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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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오랫만에 킬킬대며 웃거나 오랫만에 밑줄 치고 싶은 문구를 발견하게 된 책.

 

그가 오래오래 다작을 해줬으면 좋겠다.

 

일본으로 훅 떠나 그의 소설 속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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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 보다

read 2015. 1. 2. 15:53

김영하 산문집

 

오랫만에 새 책을 내신터라 내심 기대.

여전한 그의 필력에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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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 투명인간

read 2014. 9. 15. 22:36

내가 제일 처음 성석제의 작품을 읽은 것이

쏘가리인지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처음 그의 글을 읽고 나서 20여년 가까이

그의 신작을 거의 모두 사서 읽어왔다.

 

그런데, 내가 변해서인지 그가 변해서인지

어느 산문집 (소풍이었던 것 같다)을 읽는 동안

어느 부분에서 갑자기 거부감이 들었고

그 이후로는 그 거부감이 주욱 계속되어

한동안 기쁨이 아닌 의리로 그의 신작을 사서

꾸역꾸역 읽어야 했다.

 

전작 단 한 번의 연애를 너무 괴롭게 읽은터라

이 투명인간도 사지말까? 하다가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읽어온 기간에 대한 예의로

구입을 했고 첫 장을 읽을 때까진 신선했다.

 

제목도 투명인간이었고, 첫 장에서부터 투명인간이 등장해서

나름 황당무계한 SF적 요소가 있을줄 알고 기대하며 읽었는데

몇 장 읽고 나서는 더 이상 진도가 안 나가 정말 읽기 힘들었다.

 

김만수라는 평범한 한 아이의 탄생부터

투명인간이 되기까지의 그의 일생을

그의 주변 사람들이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얘기하는 구조로 소설은 전개된다.

 

문득 포레스트 검프가 떠오른다.

그는 약간 어눌하고 바보같은 인물로 묘사되지만

포레스트 검프라는 인물은 미국을 과거부터 그 당시의 현재까지 이끌어온

미국 중산층을 대변한다는 평론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김만수도 마찬가지로, 김만수가 거쳐온 삶은

우리 한국의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독히 가난한 시골에서 형제들과 부대끼며 경쟁하며 살다가

서울로 상경하며 도시의 변두리에서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여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 땐 먹고살만한 때도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이룩한 급속한 경제성장과

밸런스가 맞지 않은 사회의식의 대립으로 인해

서로 다투고 찢기고 상처만 남게되는 소시민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집안의 희망, 장남의 공부와 출세를 위해 소를 팔거나

밤새워 미싱을 돌려 큰오빠 또는 동생들을 공부시켜야하는 어느 집안 딸들의 모습.

이런 묘사들이 나의 과거의 삶을 계속 상기시켜 책을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렸을 땐 가난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나서 생각하니 그 때 우리집은 정말 가난했었구나,

그 정도로 가난하지만 않았어도 지금의 나는 이것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었을텐데...

이런 생각을 가끔 하곤 했다.

물론 지금 먹고살만하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결핍 뿐만 아니라

내게 부족했던 유년 시절의 많은 결핍들이 자꾸 떠올라

이 책을 읽는 내내 김만수씨의 과거와 나의 과거를

평행하게 머릿속에 떠올리며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난 그들이 투명인간이 된 게 아니라

모두 이 세상에서 생을 끊은 채

영혼으로서 한 가족을 이뤄 드디어 행복해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투명인간이 되었든 아님 내 생각대로 그들이 귀신이 되었든

그 삶만큼은 화목하고 행복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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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구성 - 김만수의 주변인물이 모두 1인칭 시점으로 말한다는 것 -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물론 매 단락을 읽으면서 이건 누가 말하는 건가...참 헷갈리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의 클라이막스는 제일 마지막장.

소름끼치는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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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 심플리스트

read 2014. 7. 14. 20:37

얼마전 마음이 복잡하던 차에 심플을 제목으로 단 책들이 신간으로 소개되었다.

미친듯이 심플.과 심플리스트. 중 어떤 책을 살까 하다가

미친듯이.라는 단어가 주는 알듯 모를듯한 거부감 때문에

심플리스트라는 책을 선택.

 

처음엔 꽤 집중해서 읽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책이 가지는 힘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다.

 

책 없이 독후감을 쓰려는 지금.

책 내용이 거의 하나도 생각이 안난다. ㅠㅠ

 

정말 심플한 책이었나보다.

 

책 초반에 무능한 관리자들은 더.더.더.를 주장한다는 글귀만

가슴에 콕 와서 박혔다.

 

저자는 참 박학다식하고 조리있게 글을 잘 풀어나갔는데

그래서인지 술술 읽혀나갔다.

어떤 사람이 심플리스트인지 간단히 요약할 수 없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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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상극의 대가.

오쿠다 히데오 상의 신작, 침묵의 거리에서.

 

출간은 2014년 2월에 되었는데

출간된지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나서 사자마자 금방 읽어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중2라 했던가...

그런데 이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옆나라 일본에도 적용되는 사항인가보다.

 

중2의 나구라 유이치가 교내에서 사체로 발견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너도 나도 모두 입을 다무는 바람에 진실은 묻혀버리고

그 진실이 무엇인지 찾고자 하는 사람과

자기가 믿고 싶은 진실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군상극의 대가답게 이야기의 집중력과 몰입도가 뛰어나

하루 이틀 새 2권 전작을 금세 읽고 말았다.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다.

왕따를 당하는 사람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믿는 나로서는

극의 전개가 고개를 끄덕이게 해서 다행이었다.

 

내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왕따는 존재했다.

나 역시 초등학교 3학년 때 따돌림을 당한 적 있고,

그 때 나를 따돌렸던 여자애의 이름과 그 애가 노트를 작게 찢어

클로버를 그리고 그 쪽지를 반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물론 나는 빼고) 쉬는 시간에 강당 옆으로 모이라고 했던

일들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왕따는 정말 안 좋은 것 같다.

 

그래도 나 어렸을 때는 그러다 흐지부지되고 또 친하게 지내고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등장인물에게서 공감하는 사람도 이해 못하겠는 사람도 없었다.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으례히 마주하게되는

각양각색, 십인십색의 사람들을 참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세심하게 캐릭터들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것이 이 책이 가지는 힘이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오쿠다상의 신작인데 너무 빨리 읽어버려 아쉬웠다.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전작 꿈의 도시가 계속 떠올랐다.

꿈의 도시나 한 번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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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평생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48가지 공통점

 

이런 자기계발서들의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라

위시리스트에 담아놓고 살까말까 고민하던 차에

다른 책들을 사면서 함께 샀긴 샀는데

ㅠㅠ

역시나....

 

나 세계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는 재목이었던건가봐.

일하는 패턴이 비슷하다. -_-;

 

저자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에일리트 코스만을 거치는데

난 당장 내일의 고용불안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라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 와중에서라도 교훈이라면

인간관계에 투자하라는 것.

 

읽고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무서운 내 인상으로 인해 섣불리 말 걸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스몰 톡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것.

 

책을 곱게 읽었고 띠지도 그대로 있으니

값 떨어지기 전에 얼른 중고로 팔아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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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 Why Jesus

read 2014. 6. 7. 22:12

노란 바탕에 까만 글씨로 WHY JESUS라고 쓴 책이 교보문고 소개페이지에 떴을 때

마침 나는 모태에서부터 알았던 믿음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을 때였다.

 

교회는 안 다녀도 독실한 크리스찬이에요.라고 말하고 다니던 내가

과연 죽음 이후의 삶이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도민준과 같은 외계인이 정말 있지 않을까?

생명체가 (목사님들이 알려준대로) 지구에만 존재한다는게 말이 돼?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내 신앙이 약해지고 있는구나...를

서서히 불안해하고 있던 무렵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방송사 출신의 언론이이었고 지금은 목사님이시란다.

꽤 유명하신 분이었을 것 같은데 표지 안쪽의 사진을 봐도 가물가물하다.

 

늦게 예수님을 만나, 비신앙인들의 심리를 잘 알아

책 도입부부터 몰입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기존의 목사님들과는 달리 기본에 충실하자고 주장한다.

예전에 교회다닐 때 느꼈던 답답함.

왜 교회를 다니는 것 또는 신앙생활의 목적이 꼭 천국이어야만 하는가

(예수천당 불신지옥?이 기독교의 교리는 아니잖아?)

교회는 또 다른 하나의 작은 사회 아닌가

(주중에 사회에 상처받은 마음의 휴식처는 교회가 아니었구나)

교회는 또 다른 계급사회가 아닌가

(헌금많이 하는 사람이 상위계급...아...가난한 나와 내 가족은....)

등등....의심많고 호기심 많던 내가 교회를 멀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저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어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왈칵하며 눈물을 쏟기도 하고

나의 생각과 행동을 반성하기도 하였으나

그렇다고 은혜를 받아 당장 내일부터 교회를 나가야겠어...

하는 다짐을 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음의 중심에 자리잡은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자양분은 주기적으로 섭취해야겠다는 마음은 먹을 수 있었다.

 

 

 

Posted by 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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